인터넷은 기술적인 아키텍처에 의해 규정된다. 아키텍처의 사양에 따라 기술적으로 가능한 범주가 결정되며 그에따라 인터넷의 동향이 규정되는 것이다. 설계 사양과 구조가 정교할수록 사람이 모이며 부의 집중화가 이루어진다.
아키텍처의 사양은 사람의 행동이나 사고방식까지도 규정할 수 있다. 예를들어 도시에 살며 IT 시설로 둘러싸인 빌딩에서 근무하는 사람과 시골에서 농업이나 어업에 종사하는 사람은 생활방식은 물론 사고방식에서도 큰 차이를 보일 수 밖에 없다. 중유럽의 엄격한 수도원에서 생활하는 사람과 부모의 넉넉한 지원을 받아 같은 지역에서 유학생활을 하는 젊은이 역시 큰 차이가 있다. 1971년 스탠퍼드 대학에서 실시된 간수와 죄수의 모의실험은 유명한 사례다. 이 실험에서 피험자로 소집된 일반 사람들은 불과 일주일 만에 죄수들을 학대하기에 이르렀다. 당초 2주동안 진행될 예정이던 실험은 도중에 중단되고 말았다.
마찬가지로 직업의 선택또한 사람의 인성과 습관까지도 변화시킬 수 있다. 결코 변하지 않을것 같던 사람도, 특정한 집단에 속하게 되면서, 혹은 특정한 직업을 가지게 되면서 전혀 다른사람처럼 변하는 경우도 있다. 중요한 것은 그러한 변화에 얼마나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는가 하는것이다.
생활 혹은 직업의 아키텍처는 사람을 변하게 만든다. 자기의 분신이라 할 수 있는 컴퓨터와의 접속 역시 우리 모두에게 큰 변화를 안겨다주고 있다.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개입하는 인터넷 공간은 다양한 서비스와 함께 갖가지 커 뮤니케이션 툴과 모임이 존재한다. 점재하는 블로그스피어처럼 어느 정도 규범을 지니면서 경계선이 느슨한 집단이 있는가 하면, 회원제 SNS처럼 명확히 경계가 구분되는 집단도 있다. 아키텍처의 차이가 사람들의 행동양식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이다.
블로그와 SNS의 차이도 이러한 관점에서 생각해볼 수 있다. 익명으로 인터넷에서 발언을 할 경우에는 사회적 허용 범위를 넘는 과격한 발언도 용인되지만, SNS의 경우 이러한 발언은 용납되지 않는다. 자신의 지인들로부터 신뢰를 잃지 않기 위해서도 자율규제를 한다. 사회에서 이슈가 되는 사람들의 미니홈피는 몇분도 지나지 않아 모든 네티즌들의 집중방문을 받게 된다. 심지어는 그 사람의 일촌과 친한 친구들까지도 말이다. 그러나 블로그는 (일부 자신의 명예를 내걸고 운영하는 파워블로그를 제외한) 그에 비해 세간의 눈에서 자유롭다. 이는 익명성이 부각되는 블로그의 특성도 있겠지만, 그보다 불특정 다수에게 검색, 혹은 링크를 통해 노출될 수 있는 창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미니홈피를 통해 자기 지인들에게 생각을 알리고 블로그를 통해 하고 싶은 외침을 토해낸다.
인터넷이 생활 곳곳에 널리 침투하고 급속도로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현 상황을 볼 때, 인터넷의 아키텍처에 의한 사고와 언어의 영향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인터넷의 본질인 의사소통은 그 자체로 큰 변화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상에서의 변화는 오프라인에서도 변화를 유도한다. 사람들은 불확실한 상황하에서 판단을 내려야 할 때 자신의 의견보다는 타인의 의견을 참고하는 경향이 있다. 어느 집단 내에서 극단적인 의견으로 중심이 쏠리는 현상을 뜻하는 집단분극화는 인터넷, 특히 블로그스피어나 SNS처럼 개인화가 진행되는 공간에서 흔히 발견된ㄷ.
블로그나 SNS에서 발언자에게 명확한 반론을 제시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만약 반론이 있더라도 실제로 글을 올리는 사람은 적다. 발언자와 대립하는 견해를 올리는 것은 논쟁을 일으키는 요인이 된다. 개인적인 감정이 개입되는 등 여러 가지 번거로운 문제를 껴안게 될 우려가 있다. 그렇다면 아예 글을 올리지 않고 가만히 있는 쪽이 편하다. 그 결과 블로그스피어에서는 발언자에게 동조하는 글이 많아지고, 경우에 따라서는 극단적인 의견조차도 지지를 얻는다. 동시에 반대 의견은 필연적으로 적어진다. 물론 몇몇 튀고자하는 사람들이 논쟁의 불씨를 지피는 경우도 있으나, 이는 곧 의견에 동조자들에 의해 사장되고 만다.
1984년 독일의 사회학자 엘리자베스 노엘 노이만은 '침묵의 나선'이라는 학설을 발표했다. 침묵의 나선이란 '자신의 의견이 우세하다고 여긴 사람은 목소리가 커지고, 열세라고 인식한 사람은 침묵한다. 그 결과 우세 의견은 보다 세력을 확장하과 열세 의견은 더욱 소수가된다'는 이론이다. 누구든지 학교 혹은 직장에서 이런경험을 한 적이 있을 것이다. 극단적인 의견이라 해도 목소리가 큰 사람이 발언하면 점차 주변사람들도 그에 동조하게 된다. 이를 마케팅에 적용한 것이 스니저마케팅, 스노우볼 마케팅 등이다. 허브에 위치한 중심인물들에게 특정 메세지를 주입할 수 있다면 그를통한 파장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게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