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과 같은 사이버 공간에서는 살아있는 인간의 몸뚱이와 그 체온을 느낄 수가 없다. 1과 0의 숫자로 만들어내는 비트의 세상은 무정한 세상이다. 그렇기 때문에 정보의 미래는 결핍된 그 정을 어떻게 살리느냐에 따라 달라지게 된다.

 우리는 전화를 걸어 몇 시간씩 수다를 떨다 끊을 때 하는 소리가 "자세한 것은 직접 만나서 이야기 하자"다. 그렇게 실컷 말하고도 직접 만나서 할 이야기가 또 있을까? 만나서 직접 말하겠다는 자세한 말은 다름아닌 전화로는 나누기 힘든 '정'의 말인 것이다. 얼굴을 맞대고 직접 말과 마음을 주고 받는 현실세계에서의 커뮤니케이션은 아무리 기술이 발전해도 미흡한 것으로 남는다.

 프랑스의 극작가 마르셀 프루스트는 전화에 대해 참으로 애처로운 말을 남겼다.
"사랑하는 사람의 목소리는 바로 귓전에서 울려오는데 그의 몸은 너무나 먼 거리에 떨어져 있다. 그래서 전화는 떨어져 있는 애인과의 거리감을 더욱 절실하게 느끼게 한다. 가까운 곳에서 속삭일수록 거리는 그만큼 증대되고 만남의 갈증은 더욱 격렬해진다"

 우리는 지금까지의 IT기술을 RT(Relation Technology)로 바꿔야 한다. RT는 인터넷을 통한 '인간과 인간의 관계'를 새롭게 변화시키고 서로 조화를 이루게 하는 기술로서 '테크놀로지'라기 보단 '예술'에 가까운 영역이다. 이는 조지나이프의 소프트파워와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마케팅이나 경영분야에서는 CRM과 같은 고객관리나 SNS로 통한다.

 오늘날의 소통은 정에서 나온다. 싸이월드가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이유도 바로 한국인의 정을 건드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흔히들 인터넷 상에서의 행위는 익명성으로 인한 무정한 공간이라 생각하는 경향이있다. 사람들은 아이디 혹은 별명이라는 탈 뒤에 자신의 본질을 교묘히 가린채 인터넷이라는 가상현실에서 한없이 무질서해지는 '통제불능의 아나키'의 극치를 보인다.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웹 상에서의 공간은 심지어 정보에서조차 믿음과 신뢰가 사라지고 있다.

 이를 극복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신뢰에 바탕을 둔 소통이다. 네트워크는 기본적으로 믿음을 전제로 한다. 상호간에 믿음이 없다면 네트워크도 웹도 성립될 수 없다. 정(情)은 한국인만이 가진 고유한 민족특성이다. 세상의 그 어떤 다른 언어도 정의 개념을 오롯이 대체할 수 없다.

 情과 信은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우리의 주장에 근거를 제시한다. 앞으로의 SNS는 두 가지 가치를 얼마나 잘 녹여내느냐에 따라 그 성패가 갈릴 것이다.





 생활(living) 속에서 잃어버린 우리의 삶(life)은 어디에 있는가

지혜(wisdom) 속에서 잃어버린 우리의 생활은 어디에 있는가

    지식(knowledge) 속에서 잃어버린 우리의 지혜는 어디에 있는가

     정보(information) 속에서 잃어버린 우리의 지식은 어디에 있는가

T.S. 엘리엇 <The R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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立秋에 올리는 글...

2008/10/20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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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전 대한민국은 외신에 브로드밴드 원더랜드로 소개되었습니다. 지금도 전국 어느 곳에서나 초고속인터넷을, 그것도 고속에 안정적인 서비스에 손쉽고 값싸게 접할 수 있는 나라는 지구상 우리나라뿐 입니다. 하지만 현재 대한민국은 인터넷을 비즈니스에 적극 활용해 부가가치를 창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IT 산업은 시장 정체에다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하지 못해 활력을 잃은 지 오래입니다. 우리나라 기업의 IT 활용도는 OECD 국가 가운데 18위로 하위권입니다.

 

한국은 더 이상 IT 강국이 아닙니다. 99~2000년 선배님들께서 이끌어 오신 한국 웹 서비스의 과거는 가장 한국적이기에 독창적이고 그래서 세계적이었습니다. 하지만 99년 닷컴 버블 이후 최근 3~4년간 벤처기업만이 할 수 있는 신선한 서비스가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벤처 투자 경기는 꽁꽁 얼어 붙어 자본력이 부족한 벤처 기업이 자생력을 가질 때까지 성장할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운 좋게 살아남은 업체라도 지금 한국의 상황에서는 자체적 성장의 한계에 부딪힐 수 밖에 없습니다.

 

미국은 시작부터 그 가능성을 인정받은 업체들이 풍부한 자금과 기술력, 마케팅 툴을 가지고 계획적으로 런칭 됩니다. 물론 한국의 상황이 미국과는 많이 다르고, 규모의 경제도 영어권 국가에 비해 약소한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선배님들이 일구어 오신 현 한국의 대표적인 서비스들처럼 가장 한국적이기에 세계적인 서비스가 충분히 인큐베이팅 될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현재 국내 VC 중에는 신생 웹 서비스에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업체가 전무한 상황이고, 그나마 간헐적으로 투자하는 자본은 소프트뱅크, 알토스를 비롯한 외국계 VC 들이 대부분입니다. 한국의 인터넷 생태계에 대해 주체적으로 고민하고 투자하는 업체가 외국의 자본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점은 무척 안타까운 사실입니다.

 

물론 벤처도 대기업도 서비스의 본원적인 경쟁력이 있어야 합니다. 단순히 자본력과 마케팅력으로만 밀어부치는 서비스는 지속성을 가지고 발전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장기간 얼어붙어 있던 한국의 웹 생태계를 소생시키기 위해선 업계 선배님들의 관심과 배려가 필요합니다. 선배님들의 냉철한 눈과 오랜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판단력으로 소위 가능성 있는 후배들에게 생존할 수 있는 토양을 마련해 주십시오. 저희 들은 저희 서비스에 열정이 있고 자신이 있습니다. 저희들에겐 탁상공론 격의 국가적, 정책적 차원의 유토피아적 생태계 건설이 아닌 업계 선배님들께서 치열한 생존 전선을 헤쳐 나오신 경험과 노하우를 통한 현실적이고 실질적인 배려가 필요합니다.  

 

최근에 들어서야 신생 벤처 업체들이 신선한 움직임이 보이고 있습니다. 소위 웹 2.0 이라는 모토 아래 다양한 벤처들이 각자의 꿈을 키우며 싹을 틔우고 있습니다. 99~00년 테헤란로에만 1000개가 넘던 웹 기반 벤처 기업들이 이제는 40개가 안됩니다. 저희 같은 Start-up들은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하나, 둘씩 뭉치고 있습니다. 벤처 업체들 사이에 제휴와 협력을 통한 상생의 길 모색에 얼마 남지 않은 벤처 기업들이 합심하고 있는 것입니다.

 

명실 공히 한국 최고의 인터넷 업체인 대형 포털들이 이러한 생태계의 한계에 함께 공감하고, 한국 인터넷 사업의 발전과 경쟁력 함양을 위해 함께 노력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한국 서비스의 국제적 경쟁력 제고를 위해 새롭고 참신한 서비스가 많이 나올 수 있는 환경이 되도록 함께 고민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바쁘시겠지만, 업계 대 선배님들이 후배들의 고민과 걱정을 공감하시고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 가야 합니다. 이를 통해, 작지만 후배들이 끊임없이 도전할 수 있도록 북돋아 주시기를 바랍니다.

 

언제나 바쁘시겠지만 인터넷 벤처 기업 협회의 여러분들을 비롯, 업계 대 선배님들과 후배들과의 대화와 교류를 통한 소통의 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한 달에 한번씩이라도 한국의 웹 생태계에 대해 선배님들은 후배들의 이야기를, 후배들은 선배님들의 고민을 공유할 수 있는 시간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아직 꿈 많은 젊은이로서 선배님을 동경하고 같은 길을 가고자 하는 한 사람의 후배로서 기대와 바람을 가지고 편지를 씁니다. 다시 한번 이렇게 선배님과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점, 너무나 기쁘고 감사합니다. 


한가위 큰 명절 뜻있게 보내시고, 풍성한 가을 되시길 바랍니다.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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