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한 두달 전만 해도 컴퓨터로 글을 쓰면 눈이 아프고 집중도 되지 않아 마음 속에 하고 싶은 말을 제대로 풀어내지 못했는데, 이제는 ‘글 쓰겠다’ 마음 먹으면 먼저 마우스 우측 버튼을 눌러 Microsoft 워드 문서를 새로 만든다.
예전엔 다섯 줄만 넘어가도 꼭 프린트를 해야 읽을 수 있던 뉴스가 이제는 스크롤의 압박을 느끼면서도 아무 문제없이 몇 시간이고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 않게 만든다. 컴퓨터만 켜면 다 볼 수 있는 내용, 굳이 돈을 내고 볼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친구나 선배들에게 개인적으로 물어보고 싶은 것들이 사라져간다. 책이나 백과사전을 뒤지는 일도 없다. 매일 하루에 반 이상을 내 생활과 함께하는 ‘네이버’가 있기 때문이다. “정말 이런 질문까지 오가는구나”라고 혼잣말을 할 정도로 웹에서는 별의별 질문과 답변이 오가고 있다.
쇼핑을 그다지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재래시장이나 백화점에서 이것저것 구경하는 것이 재미있을 때가 종종 있었다. 하지만 요즘은 백화점이나 할인마트를 가 본지가 언젠지 기억도 잘 안난다. 한 두번의 클릭으로 가장 좋은 구매 조건을 검색할 수 있다.
행복이란게 참 다양하고도 너무나도 주관적인 것 같다. 때로는 피플투의 대박을 꿈꾸며 가슴 벅차기도 하고, 때로는 그립던 사람들과 간만에 나누는 소주잔에 설레이는 마음을 담아 내기도 한다. 처음으로 접하는 Web 2.0이라는 미지의 세계를 탐구함에 보람을 느끼고 그것 또한 함께 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믿음직스럽고 그에 공동체 의식이라는 웬지 어울리지 않게 거창한듯한 무엇인가를 희구한다.
I’m not a Modeler
물론 웹서비스에도 아이디어는 필요하다. 하지만 전혀 갈망할 필요가 없다. 동료에게 질문하면 순식간에 내가 생각도 못한 다양한 아이디어가 쏟아져 나오고, 사용자 설문조사로도 괜찮은 것들이 발견된다. 대부분 아이디어라기 보다는 '요구'이긴 하지만. 또 타 서비스나 타 분야를 벤치마킹 하다 보면, 조금 변형시켜 내 서비스에 맞는 새로운 아이디어로 만들어진다. 중요한 건 이 많은 아이디어 중 중요한 것을 추려내는 능력, 진짜 필요한 아이디어를 걸러내는 능력이다. 이는 결국 '분석'과 '원리도출'에서 나온다. 이것을 발전시켜 사용자 경험으로까지 설계하는 것은 아이디어가 추려진 후의 일이다. 크리에이티브는 아웃소싱도 가능하다. 최근 크리에이티브가 필요한 광고 구상을 대학생 공모전으로 떼우는 광고기획사가 늘고 있다. 브레인들은 크리에이티브할 필요 없이, 적절한 크리에이티브를 선별해 발전시키면 된다. 브레인들은 어떤 크리에이티브가 내 프로덕트를 폭발시킬지 선택할 수 있는 시야가 있으면 된다. 아이디어를 내는 것은, 자신이 크리에이티브하다고 믿는 사람들의 활약으로 충분하다.
어쨌든, 난 크리에이티브가 부족하다고 스스로 평가한다. 지능적으로 모방 흔적을 감추면, 크리에이티브로 착각되어진다. 사실 연출 모방은 잘 드러나지만 원리 모방은 잘 감추어진다.
새로운 것은 만들었다는 느낌은 자기만족에 불과하다. 내가 만든 것, 만들 것은 결국 기존에 만들어져 있는 것이다. 다만, 내가 지금 만든 것이 이미 만들어졌던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느냐, 모르고 있느냐의 차이일 뿐이다. 모른다면, 누가 알려주기 전 까지는 내 프로덕트가 새로운 창작물이고 그 사람은 스스로에게 만큼은 크리에이티브한 사람이다.
난 내가 아무리 크리에이티브를 추구하며 무언가를 만들어도, 그것은 이미 만들어져 있는 것의 활용이나 변용, 분야 전환일 뿐이라는 것을 인정한다. 차라리 활용/변용/분야전환을 적극 이용해 성공할 프로덕트를 만들려는 욕심이 더 강하다. 난 크리에이티브하지 못한 사람이다. 솔직히 별로 크리에이티브하고 싶지 않다.








